원조에 기댈 것인가? 자율적 역능에 기반할 것인가?
일반약부문의 강화와 강제실시만이 대안이다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공공의약센터


좋은 소식, 혹은 나쁜 소식?



지난 4월 5일 로이터통신은 서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는 카메룬 정부가 다섯 개
의 거대 제약회사와 AIDS약물의 가격을 내리는 협상을 완결했음을 보도하였
다. 머크(Merck & Co.,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ristol-Myers 
Squibb, 미국), 로슈(Roche, 스위스), 베링거 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독일)이 참여한 이 협상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영국)과의 논의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이 협상을 통해 카메룬은 GSK의 콤
비비어를 원래 가격에서 90% 인하된 가격에 공급받게 되었다. 

지난 1월 29일 연합통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AIDS활동가 단체인 TAC 
(Treatment Action Campaign; 치료행동캠페인)이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AIDS
약인 네비라핀 (특허권자 베링거 잉겔하임), AZT 그리고 3TC(특허권자 글락소
스미스클라인)를 브라질의 공공제약회사로부터 수입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남아공의 특허법에 위배되는 것이며, 네비라핀을 예비실험목적으로 소수
에게만 공급하고 있는 남아공 정부에게도 대항하는 것이다. 현재 남아공 내에
서 판매되고 있는 네비라핀의 가격은 하루 3.20달러로 대다수 가난한 환자에게
는 여전히 비싼 실정이지만 브라질에서 수입해온 일반약은 1.55달러로 절반 수
준이다. 

특허약 가격인하와 일반약 강제실시 사이의 ‘심연의 골’



위 두 예는 어쨌든 거의 동일한 제약회사들이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구명(救
命)약물을 획기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매한 예이지만, 차이는 카메룬정부는 제
약회사와의 협상을 통해서 가격을 낮췄다는 것이고, 남아공의 TAC과 국경없는
의사회는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부터 약물
을 공급받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뜻 비슷해보이는 두 예의 차이는 매우 크
다.
제약회사의 ‘자선’에 의존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자선에 의존하는 것의 진정한 ‘악덕’은 대중의 역능에 기반한 자율적
이고 지속가능한 의약품 수급을 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지연시킨다는 데에 있
다. 약값을 중심부의 독점적 제약회사와의 협상이라는 틀 속에 가두어두는 것
은 매우 위험하다. 의약품의 생산이 이들에게 독점되어 있다는 것, 가장 큰 10
개 제약회사가 전체 제약시장의 40%, 50개가 90%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
의 상황을 불러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생산을 다원화
하고, 종국적으로는 대중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는 대안적인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면, 위기는 단지 지연될 뿐 해결되지 않는다.

일반약 부문의 강화와 강제실시로 나아가야 한다.



어떤 약을 생산할 수 있는 제약회사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상 만인의 
의약품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4월 포츈 지에 
의해 또다시 가장 이윤율이 높은 산업으로 선정될 만큼(수입 기준 18.5%), 그
리고 미국 시장에서 고작 29개 블록버스터 약물이 전체 제약시장의 34%를 차지
할 만큼, 약값은 지나치고 이윤은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등을
통해 약값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것 역시 강조할 필요가 있으나, 보험
료를 제약회사의 이윤으로 고스란히 내주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약값은 협상을 통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만들도록 해서 저절로 내
려가게 해야 한다.
특허에 가로막혀 여러 곳에서 만들 수 없다면 국제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강제
실시를 발동해야 한다.
이것이 자국민에게 의약품을 공급하려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
이다. 

오늘 아침 케냐가 인도의 세 일반약회사로부터 에이즈약을 수입하기로 했다는 
또 하나의 뉴스가 전해졌다. 수백만의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값진 것은 없겠지
만, 의약품 수급의 대안적 체계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큰 걸음이 보태졌다는 
데에 박수를 보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