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제도 개선:
정부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간지 등 언론을 통하여 보도된 바와 같이 12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가입
자들에 대한 건강검진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건강
검진이 부실하게 관리·운영되었으며 이에 대해 수검자들의 불만이 지속되었다
는 것을 그 배경으로 들고 있다. 따라서 건강검진의 관리주체인 건강보험공단
에 대한 특별감사에서 부실한 건강검진 실태 및 공단의 관리 현황을 조사하고 
새로운 검진기준을 포함한 향후 제도개선의 방향을 도출하겠다고 한다. 건강검
진제도에 의해 현재 매년 4-5백만명의 건강보험 가입자가 건강검진을 받고 연
간 1천 4백억원의 건보재정이 들어가고 있는 규모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조치는 다음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건강검진기관의 부실한 건강검진 실태를 파악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의료
기관을 대대적인 실사를 통해 적발하겠다는 것이다. 흔한 부실 검진의 유형
은, 어두운 복도에서 시력검사를 하는 경우, 구강검사를 치과의사가 수행하지 
않는 경우, 의사의 종합소견이 없는 경우, 출장검진 시 의사 2명이 나가지 않
은 경우 등이라고 한다.
둘째, 이와 같이 부실한 건강검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관리·감독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보험재정에 손해를 끼쳤
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사를 통하여 검진기관 감독을 소홀히 한 공단 직원을 
문책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셋째, 1차 건강검진 항목에서 구강검사와 심전도 검사를 제외하는 것을 골자
로 한 새 건강검진 실시기준을 만들고, 일부 검진항목과 검진비용의 조정, 검
진결과 통보방식 변경 등 건강검진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할 방
침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이번 조치는 건강검진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문제의 접근 자체가 피상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첫째, 정부는 1차 검진 항목에서 '구강검사'와 '심전도검사'를 제외하고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수검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온 점을 들고 있다. 우리는 기존의 건강검진이 형식적이고 그 질도 형편없이 
낮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검진의 한두 가지 항목을 제
외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사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
어 온 문제는 건강검진 개개 항목의 실효성이 아니라 건강검진제도 자체의 실
효성이다. 건강증진사업과의 연계 속에서 효과적인 조기검진 체계의 수립, 검
사의 질 관리, 검사 결과와 실제 진료와의 의뢰·연계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
지 못한 체계의 문제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은 이러한 과정 전반을 총체적으
로 개선하는 것이지 일부 검진 항목을 제외하는 것이 될 수는 없다. 이처럼 문
제의 해결이 아닌 회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는 공공의료기관의 문제를 해결
한답시고 민영화를 추진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둘째, 건강검진이 검진기관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
다. 우리는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이 연이어 발표될 때마다 근본적인 해결
책은 사적 의료체계의 철폐, 의료의 공공성 강화에 있음을 누차 지적한 바 있
다. 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울 강남의 모의원 부설 건강검진센터는 지난 해 
한 해 무려 9만명을 검진하는 등 전체 2천 곳 중 상위 10개 기관이 전체 수검
자의 8%인 40만명을 담당하고 있는 등 건강검진은 일부 의료기관의 판매 상품
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의 질이나 진료 의뢰·연계, 건강증진을 논하
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상황이다. 보험공단의 직원을 문책하는 것만이 능사
가 아닌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따라서 우리는 건강검진을 통해 불거진 문제
점을 해결하는 대안 역시 의료의 공공성 강화에 있음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셋째, 기본적으로 이번 조치는 건강보험공단 재정안정화 대책과 궤를 같이 하
고 있다. 4월 1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증진 종합대책(건강보험 재정
분야)에서 건강보험공단 경영 합리화를 통하여 362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인
데, 이 중 공단 운영경비로 107억원을 절감하는 것 외에 건강검진제도를 개선
함으로써 255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것이다. 즉 건강검진제도 개선이 제기된 배
경은 검진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보험재정 절감의 압력임을 확인할 수 있
다. 기존 건강검진 사업의 부실을 빌미로 일부 항목을 축소하는 것은, 1천여 
일반의약품을 비급여로 전환하는 등의 건강보험 재정안정화 대책의 기본적인 
문제점으로부터 기인한다. 정부는 그나마 존재하던 일부의 혜택(?)마저 지속적
으로 조금씩 줄여 가는 한편 환자, 국민에게로 재정위기의 부담을 전가하고 있
다. 그러나 진정으로 부실한 것은 검진사업만이 아니라 상업적 이윤을 위한 경
쟁을 당연시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체계 자체이다.

따라서 우리는 건강검진제도 개선 방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정부는 구강검사와 심전도검사를 검진항목에서 자의적으로 제외한 "건강검
진실시 기준"을 즉각 철회하라.
2. 정부는 건강검진이 의료기관의 이윤추구 수단이 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건강
검진제도가 질병의 조기진단, 치료, 예방,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라.
3. 정부는 건강검진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가 의료의 공공화와 효과적인 의
료체계의 확립에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개선책을 제시하라.

                          보건복지민중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