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고 있는 올해 60세의 할머니 K씨는 재산이라고 있는 시가 5천만원
의 낡은 한옥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가 되지 못해 고물을 수집해
서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이 생겼지
만 돌봐줄 사람 하나 없고 오래 전 집을 나가버린 자식은 생사조차 알 수 없
다. K씨는 장제비로 쓰려고 오래 전에 모아 둔 400만원을 쓰지 않고 은행에 예
금해 두었다.
K씨는 61세가 되면 일할 수 없는 나이로 인정받고, 또 내년이 되면 재산이 좀 
있어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가 되어 생계보조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
다는 동사무소 사회복지사의 얘기를 큰 희망으로 삼고 있다. >

안타깝게도 K씨의 소망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소득
인정액제도는 재산이 있더라도 소득이 최저생계비 미만인 사람에게 생계를 보
조한다는 선전과는 거리가 먼 얘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득평가액, 재산, 주거면
적, 토지면적, 승용차 등의 5가지 기준과 부양의무자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소
득인정액제도는 이 기준들을 단일화한 것으로 근본적인 취지는 재산이 있더라
도 생활수준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생계를 보조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재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소득이 같더라도 생활수준이 다를 수 있고 경제적인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재산
은 일정한 비율로 소득으로 환산하게 된다. 
복지부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대도시의 경우 재산이 5700만원(일반재산만 있
을 때에 한함) 이하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권자가 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듯 선전했다. 지금부터 복지부의 선
전과 달리 이 제도의 현실이 어떠한지 가상의 K씨의 상황을 통해 살펴보자.

우선 소득인정액제도의 도입과 동시에 발표된 근로무능력자 연령 기준이 현행 
61세에서 내년에는 63세로, 2004년에는 65세로 상향조정되면서 K씨에게 미친 
영향을 보자. 현행 기준으로는 K씨는 60세인 올해까지는 근로능력이 있다고 간
주되지만 한 해만 지나면 근로능력이 없다는 간주되는  61세가 되기 때문에 수
급권자 선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근로능력이 없는 가구원으로만 구
성된 가구의 경우 재산의 소득환산에서 특례 적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연령
이 상향조정되어 K씨는 4년 동안은 더 거뜬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소득인정액 기준을 통과해야만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K씨의 재산 중 가옥에 대해 3000만원, 금융재산에 대해 300만원은 기본재산으
로 공제된다. 나머지인 가옥 2000만원과 금융재산 100만원에 소득환산율을 곱
해서 소득환산액이 산출되는데, 소득환산율은 가옥 등 일반재산에 대해서는 
월 4.17%, 금융재산에 대해서는 월6.26%이므로 K씨의 소득환산액은 월 896,600
원이다. 고물을 수집해서 번 돈이 담당 공무원에게 발견되지 않고 금융재산 
400만원에 대한 이자소득만으로 소득평가액이 결정된다면, 소득환산액과 소득
평가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은 월 911,100(금융재산에 대한 이자율은 2002년 9
월 국민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인 연 4.35%로 계산했다)원이다. K씨가 
금융재산 400만원을 국민은행에 예금해도 1년 동안 벌 수 있는 돈은 17,400원
인데 터무니없이 높은 소득환산율 때문에 100만원에 대한 소득환산액이 1년에 
751,200원이나 된다. 
K씨는 소득이 거의 없지만 소득인정액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인 월 345,412
원을 훌쩍 넘겨버리기 때문에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 만약 K씨에게 근로능력
이 없는 식구가 3명이 있다면 소득인정액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인 월 989,719
원에 못 미치기 때문에 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생계급여로 받을 수 있
는 돈은 8만원도 안 된다. 

K씨의 집의 가격이 기본재산 한도인 3300만원 이하라면 K씨는 수급권자로 선정
될 수 있다.
기본재산이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소득으로 환산되지 않는 재
산을 말한다.
선진국의 경우 주거용 집 한 채와 출퇴근용 승용차 한 대 정도는 기본재산으
로 인정하여 공제한다.
우리나라는 K씨처럼 대도시에 거주하는 경우 전세금이나 주택자금으로 3000만
원, 향후 발생할 일을 대비한 저축 300만원을 기본재산으로 공제한다. 그런데 
2002년 대도시에 최저주거면적 전세가격은 4100만원이었다. 2003년에는 더욱 
오를 것이다. 기본재산의 한도 3300만원은 지나치게 적다. 금융재산 300만원
도 집안에 환자가 있거나 결혼이나 진학을 앞둔 사람이 있다면 턱없이 부족하
다.
기본재산의 한도가 이렇게 낮으면 생존에 필수적인 재산마저 소득으로 환산되
고 그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가 되어도 
최저생계비만큼의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

혹자는 K씨가 혼자 5000만원짜리 집에서 살지 말고 그걸 팔아서 생활하면 되
지 않겠느냐고 물을 지도 모르겠다. 혹시 재개발이라도 되면 모를까 서울에서 
5000만원짜리 낡은 한옥이 팔고 싶다고 팔리기나 할까. 기본재산 이상의 재산
은 조금씩 팔아서 생활하라고 빈민층에게 권고(?)하려면 정부는 재산의 처분
을 원하는 사람들을 보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K씨처럼 팔리지도 않는 
집 때문에 소득이 없으면서도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빈민들이 속출할 것이
다. 

현재 복지부가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소득인정액제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지만 재산기준을 초과해서 수급권자가 되지 못한 저소득층을 지원
하겠다는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급권자 선정 기준을 
단일화했다는 선전과 달리, 자동차가 있으면 수급권자가 될 수 없도록 자동차
의 소득환산율을 월 100%로 정했다. 자동차 기준은 사실상 남아 있는 것과 다
름없다. 가구원수를 고려하지 않고 재산형태별 차이도 없기 때문에 소득수준
을 합리적이고 실질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도 되지 못한다. 
그리고 소득인정액제도를 도입하면서 내년부터는 62세까지는 일할 수 있는 능
력이 있기 때문에 수급권자에 선정되기 어렵게 만들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
다. 아마 2002년에도 62세인 노인 중에 누군가는 일할 수 있는 체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생계를 꾸릴 수 없었을 것이다. 퇴직 연령은 
계속 낮아지고 고학력의 청년실업자가 넘치는 세상이다. 복지부가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해줬다고 해서 기술도 없는 노인이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런데 복지부도 이 제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소득인정액제도
를 내년부터 시행은 하되 기존수급권자의 소득인정액은 측정된 액수의 1/3로 
정했다. 즉 규정에 의해 측정된 액수의 1/3이 최저생계비를 초과하는 기존수급
권자만 탈락시킨다. 그러므로 신규수급권자의 기준은 기존수급권자에 비해 사
실상 3배나 높다. 기존수급권자들이 터무니없는 계산법에 반발할 것을  예상했
을 것이다. 방치되어 있을 저소득층을 찾아내기보다는 일간지 사회면에 보도
할 부정수급자 몇몇을 찾는 일에 더 골몰하는 복지부이니 제도를 잘 정비하는 
것보다는 사태가 시끄러워지지 않게 한시적 예외를 둔 것이다.  

곳곳에 수많은 사람들이 K씨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소득인정액제도가 시행
되면 예외적용을 받아도 기존수급권자 중 1만 2천 가구가 수급권을 박탈당한
다. 복지부는 가난하고 힘이 없다고 이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여서는 안 된다. 
소득인정액제도는 즉각 수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