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최용준
 
고려대 강수돌 교수는 자신의 책「경영과 노동」에서 노동시간 단축의 필요성
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건강과 생명의 수호 (과로사 및 산재, 직업병의 예방 : 노동생활의 인간
화). 
둘째, 고용의 확대 (대량실업 하에서 한정된 일자리 나누기 : 실업자와 취업자
의 연대). 
셋째, 지적 발달이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활동 증대 (일상생활의 풍부화).

그의 주장 이면에 깔려 있는 것은 '일상적 노동생활의 하루하루가 "일하면서 
동시에 인생을 음미하며 사는" 것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인간
의 삶의 욕구는 주말이나 정년 이후로 연기할 것이 아니라 '매일' 추구해야 한
다는 관점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여가시간 확대는 다음 노동을 위한 휴식과 노
동력 재생산의 의미를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연구된 바
는 많지 않다. 물론 노동자들은 하루하루의 노동생활에서 장시간 노동의 폐해
를 체험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아직 외국의 사례들에서 시사
점을 얻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비다섹(Vidasek) 등에 따르면 하루 12시간 노
동은 노동수행 효율의 저하, 안전 및 주의 능력의 감소와 연관되어 있으며 낮
시간 노동에서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가 된다고 한다. 야간교대 근무제에
서는 이러한 피로감이 더욱 커질뿐 아니라 수면 부족으로 이어져 안전사고의 
빈발을 초래한다고 한다. 

또 기업쪽에서는 종종 생산성 향상, 혹은 효율성을 위해 근무시간의 연장이나 
근무패턴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그 효과 자체가 의문시된다고 한다. 
대처집권 시기 영국 NHS에서는 효율성 증대를 위한 간호사의 2교대 근무제(하
루 12시간 노동!) 도입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레이드(Reid) 등
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동시간 연장에 따라 오히려 비공식적 휴식
(unofficial break)의 빈도는 늘어난 반면, 직접 환자를 돌보는 시간은 오히
려 감소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2교대 근무로 전환된 모든 병동에서 똑같이 관
찰되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는 기업측이 요구하는 노동시간 연장이나 장시간 노동의 유지는 생
산성 향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노동자들의 기세를 꺾는 '훈육지책(訓育
之策)'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는 노동시간과 생활시간을 배분하는 것, 노동생활 자체를 인간적으로 바
꾸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점에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노동시간 단축, 주 5일 근무를 찬성했다는 보도는 그 실현의 
가능성에 대하여 낙관적 가능성마저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이 그야말로 주 5일 근무제로 환원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동시간 단축에 노동강도 강화나 임금 삭감이 동반된다면 이
는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 자체를 흐리게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
들이 심정적으로 지지하는 노동시간 단축문제. 하지만 그 실현에는 부단한 싸
움뿐 아니라, 스스로를 설득하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이 필요할 것
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건강에 관한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덧붙이는말] 필자는 몇 년 전 IMF에 따른 대량실업 사태가 건강에 미치는 부
정적 영향에 관한 글을 번역한 적이 있었다. 필자가 당시 번역한 글은 캐나다
공중보건협회의 토의 문건이었는데, 여기에는 건강과 실업 문제에 대한 다양
한 역학 연구 결과가 망라되어 있었다. 의사, 간호사, 위생사 등 공중보건 활
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이런 토의 문건을 '공식협회'에서 공개
적으로 펴내고 정부를 비판한다는 것은 필자에겐 충격이었다. 

최근 의약분업 사태를 둘러싸고 의사, 약사,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국민건
강을 위한' 논전을 펼치고 있다―늘 변함없이 게시판을 방문해주는 권재봉씨
를 포함하여. 이들이 캐나다의 예에서처럼 '국민건강을 위해' 노동시간 단축
의 근거들을 제시하고 여론에 호소하는 것을 기대하기란 아직 먼 훗날의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 본 칼럼의 내용은 민중의료연합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